전국 스쿠터 여행

여행 2009. 5. 7. 23:44

3박 4일의 전국 일주 일정
사실 무모했다.
별로 즐기지도 못한게 사실이다. 일정에 쫓겨서 무리하게 달렸고 덕분에 너무 피곤했고,
아찍한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삶이란건 그런것 아닌가? 생각보다 무리하게 되고,
덕분에 중간의 여유는 한 없이 고마웠으며, 경험은 진한 농도로 남았다.

#1 서울, 출발

스쿠터는 자전거 탈 줄만 알면 다 탄다.
만땅이의 말이다. 사실 스쿠터, 여행 전에 도합 2분 정도 타본거 같다.
한번은 친구거 타다가 친구가 서는 법 안 가르쳐 줘서 사람 칠 뻔했고 -- (요게 15초)
또 한번은 다른 친구가 한바퀴 돌아 보래서, 학교 한 바퀴 돌아 봤었다 (요게 1분 45초)
두 번째, 경험 때문에 사실 쉽다고 생각했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처음 렌탈샵에서 GTS 보이저를 들고 나올 때는.... 솔직히 불안했다.
전에 만져본 50CC와 다르게 보이저는 너무 무거웠고, 그래서 운전할 때 뒤뚱 거렸고, 넘어질거 같았고,
출발도 버거웠고, 터닝은 무거웠고, 부산까지 어케 가나 불안했고, 요거 지금이라도 포기하면 쪽 안팔릴까 잠시 고민했고, 친구놈은 괜찮은가 궁금했고 (나중에 들은 말인데, 나랑 똑같이 생각했었다고 한다 --)
암튼 그랬다.

같이 여행한 상언이... 난폭운전자다

이 놈이 나와 함께한 GTS125. 첨에 봤을 땐 생각보다 너무 커서 놀랐다.

GTS에 올란탄 내 모습

GTS에 올라탄 내 모습. 살 타는거 좀 막으려고 마스크 썼다 --;

#2 보령 도착. 취침
첫 스쿠터 여행. 첫날은 솔직히 운전한 기억이 왜인지 잘 나지 않는다. 그냥 서울 빠져나오는게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복잡했고 중간에 어딘지 모를 휴게소에서 쉬었고.... 암튼 저녁에는 보령에 도착하자마자 숙소를 잡았다. 잠만 자는게 목적이었기에, 최대한 싼 곳을 찾았는데 아주 좋은 곳을 잡았다. 2만원짜리 여관 ㅎㅎ 생각보다 시설도 괜찮고 만족스러웠다. 그 다음에 한 일이 옷을 산 일. 여행 바로 몇일 전에는 꽤나 더웠기에 그냥 가을 점퍼 하나에 통풍 잘되는 여름용 등산복을 준비했는데, 너무 추웠다. ㅠㅠ 그래서 당장 후드티 하나를 샀다. (사실 후드티도 모자랐다. -- 그 뒤에도 새벽이나 저녁에 운전할 때 추웠음.... 내복이 간절히 생각났음)

스쿠터 도난 방지를 위한 체인도 하나 사서 걸었다. 모처럼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도난당했을 경우 뒷감당이 아찔하다. (가격이 새거가 한 340만원 정도 한다)



아! 그리고, 스쿠터를 타면서 하이바를 쓰니 날아라 슈퍼보드의 미스터손이 얼마나 불쌍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뭐 그나마 구멍이라도 뚫려 있어서 긁을 수 있었겟지만)

#3 악몽의 부산

둘째날은 정말 아찔함 그 자체였다. 스쿠터가 왜 위험한지. 우리나라 한자릿수 국도가 얼마나 잘되어 있는 지, 그래서 차들이 얼마나 쌩쌩 밟아주시는 줄을 몸소 채험한 날이었다. 사실 아침까지는 좋았다. 체력은 만땅이었고, 뻥뻥 뚫린 국도에서 차들은 한대도 보여주시지를 않아서 내 도로인양 주행했다. 목포에 도착했을 때는 여유있었고, 날씨도 쾌청하고 기분은 좋았다. 처음 가본 목포에서 배도 봤고..(사실 뭐 그리 신기하진 않았다.) 의외로 매너있는 목포사람들의 운전에 놀랐고, 중간 중간에 본 아름다운 경치는 우리나라에 이런 것도 있구나를 느끼게 해 주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었다.


광양 제철
광양만에서..


문제는.... 광양을 지나서 슬슬 오후가 되면서였다.
그 날 부산까지 도착하겠다는 생각에 무모하게 국도를 타느라 몸은 진작부터 지쳤고, 오후가 되면서부터 차들이 도로에 많아지면서 끝내주게 무서웠다. --; 쉬지도 못하고 쉴새 없이 운전하느라 정신은 이미 녹초가 된 상태에서 저녁이 가까워지면서 이게 왠걸...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지도만 보고 하는 운전에서, 자세하지 못한 지도 때문에 비교적 한산한 지방국도로는 빠지기 어려웠고,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자동차전용 도로에 진입했을 때는 정말 무서웠다. --;;; 자동차로는 가볍게 낼수 있는 시속 80킬로가 스쿠터에서는 온몸에 신경이 곤두설 정도의 속도라는 걸 알았고, 그 상황에서 고속의 차가 옆을 슁슁 지나가주시면 내 심장에도 바람이 슁슁 울렸다. 무엇보다 무서웠던건, 한번의 실수가 내게 찾아오면 원샷 원킬로 세상과 빠이빠이 하게 될거라는게 너무 확실했던 것;;;;

부산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부산의 악명높은 비매너 운전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 표지판은 또 어찌나 불성실 하던지... 지친 상태에서 헤메기까지 하니 짜증 지대로 -_- ;;;;
이 날만큼은... 정말 여행을 시작한걸 무지 후회 했다 ㅠㅠ 어쨌든 밤이 되서야 숙소에 자리를 잡았고, 부산에 왔으니 무조건 회를 먹어야 한다는 친구놈 덕분에 다대포항에 가서 회를 사서 여관에서 먹었지만.... 솔직히 맛은 없었다. --
잠자리에 들면서.... 아 낼은 또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 걱정이.......

#4 하이라이트, 내륙 이동, 문경

이 날이 없었다면 여행 했던걸 후회 했을 거다. 이 날이 있었기에 이 여행이 후회로 남지 않았다.

부산까지 무리한 일정 탓으로 여행 경로를 수정해서, 속초에서 서울로 가려던걸 그냥 내륙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서울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좀더 여유있게 길을 갈 수 있었다. 두자리수 국도는 비교적 스쿠터에게 안전하고 한산했다. 시골길을 다녔기에 주위 풍광도 감상할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비가 오리라는 일기예보는 정확히 빗나가 주셔서 날씨는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

쾌청한 날씨

문경에 다가서면서 산을 타고 도로를 주행했을 때 기분은 정말 여기가 낙원이구나 싶을 정도였다. 자동차를 타고 지나갈때는 느낄 수 없는, 사각형 유리창의 제한된 시계가 아닌  전면 개방된 완벽한 시계를 통해 감상할 수 있는 그야 말로 금수강산은 여행이란게 사람에게 어떤 걸 줄 수 있는지 느끼게 해주었고, 대한민국이 이전에 내심 생각했던 재미없고 못생긴 아가씨가 아니라 이쁘고 상쾌한 완소녀라는 걸 알게 해 주었다. 


문경 세제 근처, 좋았다.

예전에 언제 갔었는지 안 갔었는지 모르겠는 문경은 정말 이뻤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인 기분은 내가 뭔가 도 닦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했고, 드라마 세트장과 잘 가꾸어 놓은 산책길도 훌륭했다. 친구 집에서 얻어먹은 불고기도 일품이었다. ^^ 시간이 부족하여 더 여유를 즐기지 못한게 아쉬울 뿐이었다.

문경세제.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네 --;

저녁에는 유명하다는 수안보 온천을 즐기기 위해 수안보로 갔다. 이번에는 두 자리수 국도가 아닌 한 자리수 국도로 빠져서 갔는데, 20분 정도 갔는데도 다시 오금이 저렸다... 어제는 저런길을 어떻게 15시간 동안 운전했었던 건지....

수안보 온천은 별로 였다. 동네 목욕탕 보다도 허접했던 온천 탕.... 좀 좋은 곳으로 갔으면 어쩔지 몰랐게지만 아무튼 마지막이 조금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밤에는 친구랑 치킨에 맥주 ㅎㅎ 행복했던 하루 였다.

#5 돌아 오는 길 서울...

돌아 오는 길은 무난했다. 서울 운전하다가 자동차전용도로인줄 모르고 진입했던 곳에서 경찰에 걸려 딱지를 떼기도 했지만 ^^;;; 길을 몰라 조금 헤멘거 빼고는 무난하게... 그렇게 여행을 마쳤다.

드디어 서울이다!

여행을 정리하자면... 정말 사서한 젊은 나이의 여행이기도 했지만 여러가지 좋은 기억도 많았다. 물론 죽을뻔도 했지만 ^^;;; 다시 이런 여행을 하라면 못할거 같긴 하지만, 또 이런 여행을 젊은 나이에 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한 성취가 된 것도 사실이다.



Posted by 오캄스레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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