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카소 그림을 보면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미술관에서 보는 대부분의 미술작품도 마찮가지다.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면 그나마 좀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실 그렇다고 크게 공감하는 건 아니다... 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모르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모를 거다.
# 반면 소설은 어떤가... 난 소설 읽는 걸 꽤 좋아하는 편이라 생각한다.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즐겁다. 그냥 즐거운 것 뿐만 아니라 책 읽는 걸 권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약간 보람도 있다.
# 영화를 볼 때도, 난 짜임새 있는 영화를 참 좋아한다. 짜임새 있고 기승전결 확실하면 최고... 거기에 주제의식이나 독특하고 멋진 캐릭터(다크나이트의 조커처럼)가 있으면 쵝오....
# 그런데... 요즘 소설은 정말 환장하겄다. 작가는 온갖 미스테리한 설정을 마구마구 심어놓지만, 아주 불친절하게도 그 설정에 대해서 전혀 혹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1Q84에서 주인공은 왜 달이 두개 뜨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열외인간잔혹사에서 산양의 탈을 쓴 사람들의 정체는 뭔지, 표백에서 메리의 정체는 뭐고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등장인물의 향방은 어떻게 되는지.... 온갖 궁금한건 널리고 널렸지만 제대로 설명되는 것도 없고 소설을 다 읽으면 '뭐야? 끝났어?'라는 느낌만 남는다.
내가 무식해서 그런가보다... 끝! 하는 느낌이 없으면 끝났다고 못 느끼고 뭔가 시원하게 작가가 모든걸 설명해주지 않으면 아무런 해석도 못하는 얼치기라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이 책들을 고대로, 감독이 결론을 바꾸지 않고 고대로 영화화하면 어떨까? 단언컨데 영화는 분명 망할거고 사람들은 당연히 속편이 나오는 영화쯤으로 여길거다...
# 소설이 피카소 그림 같아졌다.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모르겠고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감상포인트를 어디에 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고개를 끄덕이러면 해석이 필요하지만, 이것도 읽기도 귀찮다. (서평 같은건 책이 너무 좋았을 때나 읽을 때 좋은거 아닌가? ) 언제부턴가 문학상은 자꾸 이런 단편 같은 장편소설에게 주어지는 거 같아 특히나 문학상 받은 소설은 읽고 싶지 않다.
# 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나 컨설턴트 같은 책이 좋다. 주제의식 분명하고 재미도 있고 기승전결 확실한 책.... 쉬운 책... 요즘 책은 그냥 분량이 긴 단편소설 같은 느낌이다.... 이러다 책을 안 읽어버릴까바, 아니면 베스트 셀러만 읽어대게 될까바 안타깝다.